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20년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대 도시생활인들을 위한 새로운 운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18~64살 성인의 경우 매주 150~300분(중강도 운동) 또는 75~150분(고강도 운동) 동안 운동할 것을 권고한다.
보건기구가 정의하는 중강도 운동은 심박수가 높아지고 호흡이 가빠지지만 운동하면서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빠르게 걷기, 춤추기, 낙엽 쓸기 같은 정도의 운동이다. 고강도 운동은 심장 박동과 호흡이 매우 빨라지는 운동을 말한다. 예컨대 자전거 타기, 달리기(조깅), 수영, 무거운 물체 운반, 계단 오르기, 정원 손질, 테니스 하기 등이다.
또 올해 발표된 미국 스키드모어칼리지 연구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아침 시간, 남성은 저녁 시간에 운동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그러나 바쁜 일과 탓에 또는 귀차니즘 때문에 평일에는 운동하기가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평일 대신 주말에 운동하는 것이다.
주말에 몰아서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까?
‘그래도 좋다’고 대답하는 연구 논문이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자마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됐다. 1997부터 2013년까지 건강 설문에 응한 미국인 35만명의 공중보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연구를 이끈 브라질 상파울루연방대 마우리시오 도스 산토스 연구원(운동생리학)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시발점은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운동량 기준을 충족한다면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는 하는 것도 괜찮을지, 아니면 주중 평일에 세차례 이상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더 나을지라는 의문이었다.
사실 주말 운동의 긍정적 효과를 규명한 연구가 처음은 아니다. 예컨대 2017년 ‘자마 내과학’에 발표된 영국 40살 이상 성인 6만4천명 대상의 연구에서도 주당 1~2회 중강도 또는 고강도 운동은 모든 사망 위험을 충분히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평일의 규칙적인 운동과 비교해 주말 몰아치기 운동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불분명했다.
운동량 적은 사람들과는 확실한 차이
연구진은 이번에 세계보건기구의 운동 기준을 충족한 사람들의 운동 패턴과 건강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그 결과 적어도 사망 위험 감소 효과에서는 주말에 몰아서 하든, 평일에 꾸준히 하든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두 유형의 운동 그룹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및 특정 원인별 사망률이 비슷했다”며 “이는 동일한 양의 운동을 하는 한 여러 날에 걸쳐 하든, 하루이틀에 집중적으로 하든 상관이 없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운동 횟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장 운동량을 지켰느냐라고 강조했다.
반면 권장 운동량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사망 위험이 훨씬 높았다.
예컨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할 때,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주말 운동 그룹은 0.92, 평일 운동그룹은 0.85였다. 특정원인에 의한 사망률 은 두 운동그룹이 비슷했다. 연구 대상자들이 조사에 참여한 기간은 10.4년(중앙값 기준)이다. 이 기간 동안 2만2천명이 사망했다.
연구진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에 통계적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다”며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주말에 한두차례 열심히 운동하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평일 운동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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